전남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전경.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한국의 미가 가장 고요하고 깊게 스며드는 전남 강진. 이곳은 백제 시대 도강과 탐진이 합쳐져 도강(道康)의 '강(康)'자와 탐진(耽津)의 '진(津)'자를 합해 오늘의 강진(康津)으로 불린다.

남도의 끝자락에서 수백 년 동안 문화를 꽃피워 온 이곳은 고려청자의 본향과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동백이 붉게 떨어지는 풍경, 조선 회화의 정수를 담은 민화까지 한국 미학의 여러 아름다움을 한 자리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에서 만날 수 있는 매력있는 여행지다. 2025년의 마지막 달, 강진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천년의 시간과 미감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길이 된다.




1997년에 개관한 고려청자박물관은 고려 초기부터 후기까지 청자문화의 정수를 집대성한 공간이다. /강진군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제공


◇ 세계 최고 청자 역사 한눈에…고려청자박물관
강진이 청자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따뜻한 기후, 양질의 점토, 바람이 잘 통하는 해안 지형이 맞물리며 고려시대 수백 년 동안 비색 청자의 절정을 꽃피웠다.
고려청자박물관이 위치한 강진군 대구면·칠량 릴게임추천 면 일대에는 전국에서 발견된 400여 기의 가마터 중 고려 초기부터 후기까지 사용된 가마터가 200여 곳이나 남아 있으며 국보·보물급 청자 90%가 강진에서 제작됐다.
1997년에 개관한 고려청자박물관은 이러한 청자문화의 정수를 집대성한 공간이다. 청자의 생산 과정과 소비·유통의 흐름, 시대별 문양과 색감의 변화까지 시각적으로 정리돼 있어 바다이야기5만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다. 특히 연인이나 아이와 함께라면 직접 청자를 빚어볼 수 있는 체험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차가운 흙이 손끝에서 모양을 갖춰 가는 순간 특별한 몰입이 찾아온다.

긴 역사를 가진 청자의 깊고 맑은 비색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천년의 신비'를 느끼려면 이곳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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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민화전문박물관 한국민화뮤지엄. /강진군 제공


◇조선의 '美'를 한눈에…한국민화뮤지엄
고려청자박물관 일대에 자리한 한국민화뮤지엄은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민화의 모든 것을 모아 놓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민화 전문공간이다.

5천여 점의 민화 소장품을 활용한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으며 전문 해설사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민화의 상징과 시대별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민화뮤지엄의 안내판.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상설·기획·생활민화·춘화 등 4개의 전시실과 13종의 4D 가상체험장, 민화체험장 등에서는 생활 속 민화 문화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미술 중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넓게 대중화된 민화의 소박하고 따뜻한 미감, 대중의 삶이 투영된 예술 세계를 즐겨 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선 후기 실학의 거목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중 10여 년 동안 머문 다산초당. /강진군 제공


◇ 다산의 숨결이 깃든 사색의 길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은 조선 후기 실학의 거목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18년 가운데 10여 년을 머물며 학문과 사색을 꽃피운 공간이다. 산기슭에 자리해 험난할 것 같지만, 차분한 산세에 기대 선 초당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품고 있다.

겨울이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초당의 고요함을 더욱 깊게 만든다.




다산초당 천일각 전경. /강진군 제공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학문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다산의 사유가 공간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산초당은 그가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600여 권에 달하는 저술을 집대성한 장소로 조선 후기 실학의 결정체가 탄생한 현장이다. 현판 '다산초당'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친필을 집자해 모각한 것이다. 주변에는 동암·서암·천일각 등 다산의 거처와 유숙공간이 남아 있으며 정석(丁石) 바위, 약수터 약천, 차를 끓이던 반석 다조, 연못 가운데 돌을 쌓아 올린 연지석가산 등 '다산 4경'이라 불리는 유적도 자리한다. 이 모두를 합쳐 사적 제107호 '정약용 유적'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오솔길.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자연스레 어우러진 이 숲길은 경사가 완만해 걷기 좋다. /강진군 제공



또한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약 800m 사색 길은 다산이 아암 혜장 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갔던 오솔길이다.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자연스레 어우러진 숲길은 경사가 완만해 걷기 좋고, 겨울의 싸늘한 공기 속에서도 은은한 향과 고요함이 길 위에 머문다. 길 중간의 해월루에 잠시 머물면 과거 다산이 바라봤던 풍경이 현재의 여행자에게도 고스란히 다가온다.




조선 태종 17년(1471년)에 설치돼 500여 년간 전남과 제주 지역을 지휘했던 육군 본영인 전라병영성. /강진군 제공


◇ 500년 호국정신이 깃든 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
전라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설치돼 500여 년간 전라남도와 제주 지역을 지휘했던 육군 본영이다.

하지만 1894년 갑오농민전쟁(동학)을 맞아 병화로 소실, 1895년 갑오경장의 신제도에 의해 폐영됐다. 당시 건물이나 유적은 소실됐으나 높이 3.5m, 둘레 1천60m에 달하는 성곽이 남아 있어 현재 사적 제397호로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전라병영성 전경. /남도일보 DB



병영성 안으로 들어서면 당시 군영의 규모와 위용을 가늠할 수 있는 넓은 성내 터가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위를 따라 걷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기 좋고, 오래된 성돌 사이로 남아 있는 흔적들이 조선 병영의 시간을 조용히 전한다.




조선과 유럽의 문화 차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하멜기념관. /강진군 제공


특히 이곳은 서양인 하멜이 조선을 최초로 기록한 '하멜보고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1953년 제주도 부근에서 배가 난파된 이후 1656년 강진 병영으로 이송된 네덜란드인 하멜이 7년간 유배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인근의 하멜기념관에서는 그의 표착 과정과 조선과 유럽의 문화 차이, 당시 조선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다.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인 백운동 원림. /강진군 제공


◇ 조선 선비의 은거 정원, 백운동원림
백운동원림은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힐 정도로 가치가 높다.
백운처사 이담로(1627~1701)가 조영한 이 별서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조화된 공간이다.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는 이담로가 직접 바위에 새겼으며, 다산 정약용이 1812년 이곳을 다녀간 뒤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했을 만큼 풍광이 빼어났다.
월출산 옥판봉을 정자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 맑은 계곡물 소리, 정자와 암석이 어우러진 배치가 조선 선비의 은거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계곡을 타고 내려와 정원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만든다. 이와 함께 근처의 무위사와 함께 둘러보면 강진 자연문화의 정수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