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빛초롱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청계천 일대의 모습. 천변을 따라 각양각색의 등(燈)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올해로 17회째 열리는 빛초롱축제는 어느새 ‘서울의 세밑 표정’이 됐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3일 만에 관람객 108만 명 돌파. 블록버스터 영화 흥행 기록 얘기가 아니다. 지난 12일 개막한 서울 청계천의 ‘서울빛초롱축제’와 광화문 광장의 ‘광화문마켓’을 찾은 방문객 숫자다. 사흘 만에 100만 명을 훌쩍 넘긴 건, 역대 최대 관람 인파다.
서울빛초롱축제는 올해로 17회째를 골드몽 맞는 빛 조형물 전시를 중심으로 한 야간 빛 축제. 지난 2009년 가을 시즌에 처음 열린 ‘세계등축제’가 효시다. 가을 시즌 축제로 처음 시작해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한 해도 중단되지 않고 이어오다 2021년부터 세밑을 환하게 밝히는 연말 시즌 축제가 됐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독일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벤치마킹한 광화문마켓 행사까지 연계해 야마토게임연타 개최되면서 연말 시즌 서울 풍경을 낭만적으로 바꿔놓았다.
빛초롱축제와 광화문마켓은, 저작권 비용부담과 소음 및 에너지 규제로 거리에서 캐럴 음악이 사라지면서 도심에서도 세밑 분위기를 느끼기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되살린 일등공신이다. 하루 수십만 명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올해 빛초롱축제와 온라인릴게임 광화문마켓에서 눈여겨 볼 것들을 소개한다.
◇정교하고 환해지다… 빛초롱축제
서울빛초롱축제는 해마다 ‘고도화’하고 있다. 조형물은 정교해지고 발광다이오드(LED) 등과 접목한 조명도 화려해졌다. 올해는 특히 여러 민간기업과 협업을 통해 행정의 경직된 행사가 아니라 발랄하고 유쾌한 축제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켓 황금성게임랜드 몬코리아, 농심, 대만관광청, 체코관광청, EMK뮤지컬컴퍼니, 이마트, 안동시, 한국관광공사 등 여러 기업과 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해 구역별로 다양한 스토리 등을 설치했다.
빛초롱축제 개막과 동시에 화제가 된 건 포켓몬코리아와 협업으로 청계천 70m 구간에 설치한 ‘I LOVE 잉어킹’ 조형물이다. 잉어킹은 애니메이션 겸 게임시리즈인 ‘포켓 야마토통기계 몬스터’의 캐릭터.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힘도 스피드도 없고 능력치도 현격하게 떨어진다. 안쓰러울 정도로 약하지만 잘 돌봐주면 나중에 크고 강력한 용 ‘갸라도스’로 진화한다. 살기 팍팍한 젊은이들을 위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잉어킹이 돋보이는 건 조형물의 높은 완성도 때문이다. 청계천에 설치된 100마리가 넘는 잉어킹은 생김새나 표정,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지느러미를 움직이기도 하는데 보는 맛이 있다. 잉어킹의 진행방향 쪽에는 폭포 조형물을 설치했다. 폭포를 거슬러 오른 잉어가 용이 된다는 등용문의 고사(故事)를 연출한 것이다.



서울빛초롱축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켓몬 ‘잉어킹’ 캐릭터. 서울관광재단 제공


◇한지 등(燈)의 불빛으로 그린 그림
청계광장에서 삼일교 부근까지 빛초롱축제 현장에 설치한 등은 모두 486점. 우이천에 설치한 54점을 합하면 총 540점이다. 청계천에는 전시공간에 따라 등불을 4개 구역으로 나눠 연출했다. 우선 청계광장에는 ‘말(馬)의 해’를 기념해 여덟 마리 말 모양의 등을 만들어 켰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탔다는 여덟 마리 말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다.
이어 청계천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한지 조명으로 연출한 다양한 장면을 만난다. 테마는 ‘서울에 근대가 당도하던 순간’.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최초의 전등이 밝혀지는 순간과 형설지공의 고사, 한석봉과 떡 써는 어머니 얘기, 최초의 전화기 통화 장면, 마당에서 온 가족이 TV 보는 모습 등을 재현해 놓았다. 인공지능(AI)이 그린 미래의 서울 모습 조형물도 있고 런던의 빅밴,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을 축소 모사한 조형물도 있다.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기념해 과거의 빨래터와 판자촌을 재현해 놓은 공간도 있다. 서울 여의도의 열기구 ‘서울달’ 형태의 조명도 있고, LED 불꽃 조형물도 있다.
◇크리스마스 낭만 가득… 광화문마켓
서울 야간관광 활성화와 겨울시즌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연말시즌에 한시적으로 개최하는 광화문마켓은, 작년 시즌에 방문객 164만 명을 기록할 만큼 인기 테마관광 명소가 됐다. 올해 광화문마켓의 주제는 ‘겨울동화 속 산타 마을’. 광장 중앙에 15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 뒤에 주변으로 회전목마와 호두까기 인형의 집, 진저 브레드 쿠키의 집 등 10여 개 포토존을 설치했다. 광화문마켓의 중심은 소상공인 마켓 부스. 이곳에서는 시즌 수공예품과 공산품, 먹을거리 등을 판매한다. 파트너 부스에서는 유엔난민기구, 옥스팜코리아, 세계교육문화원, 소상공인진흥공단, 해남문화관광재단, 안동시 등이 공공사업 홍보와 이벤트를 한다.
빛초롱축제는 내년 1월 4일까지, 광화문마켓은 오는 31일까지다. 빛초롱축제는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광화문마켓은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운영하다가 관람객이 몰리며 인기를 얻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로 16일부터 종료 시간을 각각 1시간, 30분씩 늦춰 빛초롱축제는 오후 11시까지, 광화문마켓은 오후 10시까지 즐길 수 있다.
박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