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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대지’의 작가이자 펄벅재단 창립자인 펄 벅이 소사희망원 원생 아이를 안고 있다.(사진=한국펄벅재단)



벅은 개신교 선교사인 미국인 부모를 따라 생후 3개월 만에 중국으로 이주증권사HTS
해 자란 터라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남달랐다. 인권운동과 사회사업에 뛰어든 뒤에는 미군 장병과 아시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메라시안’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가부장적 분위기 탓에 구박받거나 버려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아이들”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앞으로 500년 뒤면 모든 인류가 혼혈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바다이야기백경


벅은 중국에서 만난 한국인 독립운동가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들의 정신적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1960년 한국을 찾았다가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종일 밭에서 일한 소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려고 지게에 볏단을 진 채 빈 소달구지를 몰고 집으로 걸어가는 농부를 만나는가 하면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새들을 위해 나인터넷릴게임
무 끝의 감 몇 개를 따지 않고 남겨둔 광경도 목격했다.
짐승들의 고단함과 굶주림까지 걱정하는 한국인의 아름다운 심성에 탄복해 쓴 소설이 사업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를 모티브로 한 ‘살아 있는 갈대’다. 한국인에 대한 존경심이 작품 전편에 녹아 있는 이 작품은 1963년 영어와 한국어로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로도내주식
벅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두 편 더 발표했다.
1965년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한 뒤 1967년에는 유일한 박사가 기부한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의 유한양행 소사공장 터에 보육원 소사희망원을 세웠다. 1975년 문을 닫을 때까지 2000여 명의 아메라시안 고아가 거쳐 갔다. 이 자리에는 2006년 펄벅기념관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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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벅재단 한국지부는 2007년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역사가 오랜 만큼 재단 도움을 받고 자란 뒤 다시 도움을 주는 선한 영향력의 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한국펄벅재단의 후원아동 카드. 소녀시절의 인순이 사진 옆에 후원번호(1208번)가 적혀 있다.(사진=한국펄벅재단)



다문화학교 해밀학교 이사장이기도 한 가수 인순이는 지난 8월 펄벅인터내셔널이 수여하는 ‘영향력 있는 여성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2000년 이희호 여사 이후 25년 만이자 재단 후원 아동 출신으로는 첫 영예다. 인순이는 어린 시절 펄벅재단의 학비를 지원받았다. 후원번호 1208번이었다.

록밴드 ‘함중아와 양키스’의 원년 멤버 정동권은 소사희망원에서 자라며 느꼈던 벅의 포근한 손길을 잊지 못해 1993년 추모곡 ‘연꽃처럼 뿌리내려’를 지었다. 2019년 폐암으로 별세하기 전까지 벅의 추모식에 해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2006년 방한한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가 배유진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한국펄벅재단)



한국계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는 2006년 아시아계 최초로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뒤 어머니 나라를 찾아 다문화 아동 지원을 약속했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그때 워드를 만나 도움받은 다문화 패션모델 배유진은 한국펄벅재단의 ‘다문화 청소년 엄마나라(태국) 체험 행사’에 멘토로 참여하는 등 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펄벅재단의 ‘다문화 청소년 엄마나라(태국) 체험 행사’에 패션모델 배유진(맨 오른쪽)이 멘토로 참가했다.(사진=한국펄벅재단)



한국펄벅재단은 오는 3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다문화 공존의 미래: 한국펄벅재단 60년과 미래를 향한 비전’이란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여는 데 이어 11월 1일 부천 상동호수공원에 시민 600명을 초대해 걷기축제 ‘펄벅 인 워크’를 개최한다. 60주년 기념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인순이도 무대에 올라 열창한다.




한국펄벅재단 창립 60주년 기념 로고.(사진=한국펄벅재단)



1919년 세계 최초의 아동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을 창설한 영국의 에글렌타인 젭은 “오늘 우리가 돕는 이가 내일 우리를 도울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해밀학교 졸업생과 펄벅재단 후원 아동 가운데서도 제2의 인순이와 배유진이 속속 나올 것이다. 도움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처럼.




최은영 (eun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