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긴축 일변도의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 사회 지출 확대를 약속했다. 최근 지방선거 참패와 가족의 비리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그는 오는 10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인내심을 가져달라”며 이례적으로 몸을 낮췄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공개한 2026년 예산안에서 연금·교육·보건 예산을 각각 물가상승률 대비 5%, 8%, 17%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 큰 노력이 필요했다”며 “길은 험난하지만 농협 택배시장 방향은 옳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재정 균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 긴축 기조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발표는 야당 주도 의회의 사회 지출 확대 법안을 번번이 거부해 온 그간의 행보와는 대조된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아르헨티나의 병폐를 도려내겠다는 ‘전기톱 개혁’을 내세우며 기업은행 전세자금대출 대선에서 당선, 공격적인 지출 삭감으로 50%대 이상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복지 축소, 정부 구조조정, 규제 타파를 밀어붙이면서 아르헨 인플레이션을 2024년 4월 289%에서 올해 8월 34% 수준까지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고 서민 체감 경기마저 악화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되자 밀레이 대통령은 이 중고차개인사업자 를 잠재우기 위해 지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르헨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의 참패가 밀레이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33.71%를 득표, 47.28%를 기록한 좌파 페론주의 정당 연합 푸에르사 파트리아에 무려 13%p 이상 대학원정부학자금대출 뒤지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이 여파로 아르헨티나 주요 주가지수인 메르발지수는 전일 대비 13.25% 급락했으며 페소화 환율은 장중 5% 이상 상승하는가 하면, 국채 가격은 10% 이상 떨어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대통령의 여동생 겸 비서실장의 뇌물 수수 의혹 또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언론에 따 직장인마이너스통장서류 르면 지난달 아르헨 정부는 장애인 공공 의료품 구매 시 계약금의 8%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제공하라고 제약회사에 요구했고, 이중 3%를 카리나 밀레이 비서실장이 취한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카리나는 대통령의 유일한 여동생이자, 오빠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실세로 손꼽힌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에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의 기초 재정 흑자를, 부채 이자를 포함해 0.3% 흑자를 예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앞서 지난 4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200억달러 대출 계약을 맺으며 내건 흑자 전망치(1.6%)를 밑돌며, IMF가 요구하는 중기 목표치인 2.5%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돌아선 민심은 지지율에서도 드러난다. 밀레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7~8월 한 달 만에 8%p 하락,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트레스푼토제로의 실라 빌커 이사는 “예전에는 버티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팽배했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뒤늦은 고육책이 중간선거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은 내달 중간선거에서 최소 40%의 표를 확보해야 하며, 일각에선 이번 의회선거에서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이 밀레이 대통령에게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 컨설팅사 시놉시스의 루카스 로메로 대표는 “재정 균형만을 만능 해법처럼 내세우는 전략은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